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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 행사기간 2020-11-06
  • 장소

1.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정된 분위기이다. 본격적인 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이번 미국 대선을 보신 소감은 무엇인지?

 

「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 최재철 대사: 어떤 제도이든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으며, 그 도전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진화라고 생각한다. 미국 선거제도는 소수(minority)를 보호하기 위해 잘 보완된 제도라고 평가되어왔는데, 이번에 또 도전을 받는 순간을 목격한 것 같다.

 

 「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 신범식 교수: 미국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제도가 원래 어떤 좋은 설계의도를 지녔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맥락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도설계의 의도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정치인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제도는 여러 면에서 도전받을 수 있겠다. 그리고 미국은 국가이익이 정치제도를 통해 굉장히 강하게 구현될 수 있는 나라라고 느끼면서도, 그것이 정치제도를 통해 또 굉장히 강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보였다.

 

「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 손병권 교수: 현재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분열을 겪고 있다고 평가된다. 조 바이든 후보가 가진 캐릭터를 생각할 때, 균열을 막고 융합의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 김현우 위원: 기후위기는 대단히 위험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30년 이상 지속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데, 단기 임기를 지닌 대통령 1인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는 대통령제를 통해서 과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2. 바이든 정권이 출범하면 파리협정 등 국제기후레짐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 손병권 교수: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 때 부통령으로 재직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생각이 비슷할 것으로 판단된다.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이나, 파리협정 가입과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을 트럼프 정부가 거의 다 없애버렸다. 그래서 바이든은 취임 직후 파리협정 재가입부터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기후변화 논의를 촉발시키려고 하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코로나19, 일자리 등 다른 국내문제 때문에 기후변화가 최우선 어젠다가 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치적 구상이 법제화가 되려면 의회가 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의 미국 의회나 공화당의 반발을 생각하면 법제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행정명령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진하고, 기후변화 어젠다를 지속한다는 상징적인 노력을 일단 부각시키려할 것으로 보인다.

 

- 신범식 교수: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는 전임자와의 차별성이며, 바이든의 경우 이런 점이 특히 더 중요하다. 기후변화 문제는 전임자와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자, 논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사람들은 바이든 집권 후 기후변화 대응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부적으로 코로나19 대응 등 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서, 이슈화 이후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려는 과정에서는 의외의 변수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오바마 정부 때에도 의회가 반대하여 추진하지 못한 기후정책이 많은데, 상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구체적인 기후정책의 추진에는 여러 장애물이 따를 것이다.

 

- 최재철 대사: 미국의 파리협정 복귀는 대단히 상징적인 조치이며, 이것이 바이든의 첫 행정명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탈퇴 후 재가입을 하니 기존에 냈던 국가결정기여(NDC)가 무효가 되어 다시 제출해야 하는데, 2050년 넷제로(net-zero)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이든 정부이니 감축목표에 어떤 변화를 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기존 NDC에서는 2005년 대비 2025년까지 26~28% 감축, 저탄소발전전략(LEDS)으로 2050년까지 80% 감축을 목표로 정했다. 2025년 목표는 달성 가능한 상태이고, 2050년 목표를 80%에서 순배출 제로로 상향조정한 셈이다. 미국이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UNFCCC COP26을 앞두고 2050년 넷제로 배출로 LEDS 감축목표를 바꿀지가 국제적인 관심사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바이든 정부가 제시할 이니셔티브들이다. 오바마 정부 때 에너지·기후주요경제국포럼(The 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 MEF)을 만들었는데, 이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7% 정도를 차지하는 17개 주요경제국들의 기후협상무대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없앴고, 바이든은 이러한 형태의 기구를 복구시킬 것이다. G7, G20 등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를 강하게 제시하면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 김현우 위원: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그 명성에 비해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라는 현상 자체를 부정할 정도였지만, 실제로 크게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있는 대통령이라도 산업계를 무시할 수는 없고, 의지가 없는 대통령이라도 주정부나 시민들, 또는 기후변화 대응을 원하는 산업군을 무시할 수 없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어 뭔가 확 달라지는 점을 기대하기보다는 더 복합적으로 다양한 행위자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 집권이 분위기를 바꾸고,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단히 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3. 바이든 정권 출범 후 대내적인 기후변화정책은 어떤 식으로 추진될 것이며, 특히 오바마 정부와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으로 전망하는가?

 

- 손병권 교수: 대내적으로는 오바마 정부 때와 비슷할 것이다. 오바마의 기후정책은 온실가스 감축, 청정 일자리 창출, 에너지 독립의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온실가스 감축은 왁스만-마키법안이 20096월 하원 통과 후 상원에서 거부당하고 나서 더 추진되지 못했다. 그 후로부터 청정경제로의 전환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독립만을 추진했는데, 당시보다 기후변화 인식이 더 나아진 국내여론의 여건을 감안한다고 해도 바이든 정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청정경제로의 전환은 민주당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큰 추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에 무조건 반대만 하던 공화당도 젊은 세대 유권자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시급한 문제로 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오바마 시절 처음에는 기후변화 사안을 국가주권 문제로 봐서 강하게 반대하던 중국도 이제는 청정경제로 드라이브를 많이 거는 상황이다. , 국내적·국제적 인식이 많이 달라진 상황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의 법제화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19 등 다른 중대 사안들이 많이 있어서 국내정치적 최우선순위가 기후변화 사안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1기처럼 온실가스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으니 당장 줄이자.”로 접근하기보다는 청정산업, 청정에너지가 창출할 일자리와 번영 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범식 교수: 바이든의 기후변화 관련 선거공약을 살펴보면 세 가지의 기조가 읽힌다. 첫 번째는 국제주의이다. 트럼프 시대에 퇴조한 국제주의를 살려낼 것이고,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복원할 것이라는 의지이다. 기후변화는 이런 의지에 잘 부합되는 의제이니, 최대한 중심에 놓고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혁신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혁신을 찾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게 기후·에너지 분야는 중요한 육성대상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타협적 접근이다. 생태주의 대 근대화론 식의 대립은 지양하고, 이 둘을 적절히 절충시키는 타협적 접근으로 기후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 김현우 위원: 트럼프가 기후변화 사안을 철저히 무시하고, 석탄산업계에 지원을 약속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바뀌어서 미국에서는 석탄이 경제성을 상실했고, 기업들이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와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바이든의 기후계획은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렌의 그것과 많이 겹친다. 세 명의 계획 모두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사회불평등 완화의 세 축을 기조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자신의 계획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의원의 그린뉴딜 결의안과 차이가 있음을 강조하는데, 미국에서 AOC의 그린뉴딜 구상은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 최재철 대사: 바이든 정부의 구호 중 하나가 “Build Back Better”인데, 이것만 보더라도 오바마 정부와의 차별화 시도가 느껴진다. 바이든은 전환(transition)과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를 굉장히 강조한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나타난다. 환경정의는 국내적으로는 빈곤층, 국제적으로는 군소도서국과 최빈국그룹을 대상으로 한다. 환경오염에 가장 책임이 적으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을 고려를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전환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탄소포집·이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등의 혁신기술의 개발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전 오바마 정부는 의회의 반대를 뚫고 기후변화 대응을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경로를 모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바이든은 오바마가 찾아낸 경로를 통해, 변화된 환경 하에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 신범식 교수: 오바마 정부 말기인 2015년 만든 “Mission Innovation”을 다시 한 번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는 세계 24개국(EU 포함)이 청정에너지 기술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국제협력의 합의인데, 기술혁신, 국제협력, 기후변화 대응 등을 다 엮어서 미국이 드라이브를 걸고자 했다. 제대로 추진되지도 못 하고 트럼프 정부에 의해 없어졌지만, 이러한 계획이 바이든에 의해 다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4. 바이든 정부의 기후산업정책은 어떤 부문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특히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중 더 주안점을 둘 산업분야는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 김현우 위원: 전기차와 재생에너지가 큰 축인데, 이 중 하나에 더 초점을 둘 것 같지는 않고 둘 다 중점을 두고 육성할 것이다. 석탄은 미국시장에서 자연히 외면당하고 있어서 산업계의 저항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철도, 전기차, 배터리 등의 업종에서 가장 기대를 크게 하고 있을 것이다.

 

- 신범식 교수: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일자리 창출의 문제와 연관해서 운송수단 분야의 정책이 가장 우선적인 대상이 아닐까 싶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했는데, 바이든이 캘리포니아주 수준의 연비 규제라는 급진적인 공약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전기차 쪽에서 가장 먼저 드라이브가 걸릴 것 같다.

 

- 손병권 교수: 대선토론회에서 바이든은 자신이 사회주의자가 아님을 굉장히 강조했다. 산업계의 우려가 무엇인지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를 강조하지만, 산업계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전기차 분야에 먼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수압파쇄공법 금지 논쟁을 통해서도 봤지만, 재생에너지는 약간 더 갈등이 있는 이슈이다. 바이든의 기후변화 구상이 지닌 진정성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취임 직후 바로 기후변화라는 의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다. 바이든은 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 의회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설득이 가능한 부분부터 공략할 것으로 생각된다.

 

- 최재철 대사: 전환, 운송, 온실가스 저장기술의 세 가지가 바이든의 중점육성 산업군이라고 생각한다. 발전 부문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친환경차, CCUS 등의 기술은 따로 법제화하지 않아도 행정부 선에서 육성할 수 있다. 이 중 우선순위는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인데, 그것이 어느 분야인지는 전문가들이 정확히 산정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은 소비자에게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하면 잘 안 통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일자리와 함께 기후정의도 중요한 정책적 고려대상이 될 것이다.

 

5. 바이든은 대선공약에서 탄소조정료(carbon adjustment fee)를 추진할 것을 명시했는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 최재철 대사: 미국은 신뢰회복에 최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이며, 탄소조정을 통한 무역갈등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EU가 먼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을 추진 중으로, EU CBAM의 형태로는 탄소관세, 탄소소비세, EU-ETS 확대, EU-ETS 외부 풀 설치, 저탄소상품 우선구매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EU는 올해 10월말까지 각 국을 상대로 의견청취(public consultation)를 했고, 내년 초 그 결과를 토대로 외교적인 행동에 들어갈텐데, 이 시기가 바이든 정부 출범과 비슷하다. 미국은 먼저 EU를 앞장세워 상황을 지켜보며 기반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은 규칙기반접근(rule-based approach)에 충실한 나라이다. 먼저 확실하고 분명한 규칙을 합의로 정하고 나서 움직인다. 현재 각국 기후행동의 이행을 평가하기 위한 체제가 파리협정의 투명성 체제(transparency mechanism)이다. 이는 대칭성(symmetry)과 등가성(equivalence)을 두 축으로 하는데, 국가마다의 탄소량과 탄소비용에 대해 동일선상에서의 비교를 하기 위한 체제로, 미국이 많은 공을 들였다. 나중에 탄소국경조정 문제가 불거질 때 대칭성과 등가성을 정확히 비교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탄소가격회랑(carbon pricing corridor)이 바로 그러한 취지의 것인데, 파리협정에서는 개도국들의 반대 끝에 결정문에 들어가지 못했다. CBAM은 중국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고 인식되고 있지만, 중국 산업계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로 수출용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서구의 CBAM 도입 논의가 나온 이래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오히려 한국은 전력거래 독점화로 인해 RE100의 추진도 어려운 상황이라 대단히 걱정스럽다. EUCBAM을 도입하려는 이유에는 EU의 산업경쟁력 확보 의도도 들어있다. EU2050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 감축으로 상향조정하려 하는데, 이로 인해 EU의 산업경쟁력이 많이 약화된다. 결국 다른 모든 국가도 EU와 대칭성을 지니는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탄소조정의 주요 근거이다. 그렇지만 EU와 해당 분야(시멘트 등) 산업경쟁을 하는 국가는 남아공, 우크라이나, 러시아 정도이고, 중동 산유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는다.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파리기후체제에서는 비국가행위자, 예컨대 기업들의 자발적 규제가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CBAM이 기업에게 이니셔티브로 작동할 수 있는 부분이 예상된다.

 

- 김현우 위원: EU-ETS가 한국의 ETS와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다. 우리의 ETSEU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그리고 EUCBAM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제도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가 가져올 분위기나 효과는 분명히 있다. 국제사회의 추세가 분명해지면서, 세계 각 국은 스스로 탄소중립 목표를 고민하고, 탄소관세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기업도 이런 추세 속에서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하여 스스로 변화하고자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모든 것이 소비자가격으로 나타날텐데, 이에 따른 저항도 예상된다. 결국 이는 미국이 크게 손해 보지 않으면서도 활용 여지는 많을 사안으로 보인다.

 

- 신범식 교수: 바이든 정부가 국제주의를 표방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지도력을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WTO 개혁 문제는 미국의 국제주의 회복 노력과 관련하여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WTO 회원국 간에는 농업, 기후·환경·에너지, 지식재산권 등의 사안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미국이 탄소관세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개도국의 반발을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관세부과는 늘 자유무역 및 무역공정성과 연관되는 사안이고,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아무리 세계적으로 좋아졌어도 관세는 결국 국가 간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U와 미국이 추진하면 설사 중국과는 타협점을 찾을지 몰라도, 인도 등의 다른 개도국과는 갈등요인을 키우게 될 것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특히 인도는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서와 같이 미국의 대전략 상 중요한 피트너라서, 탄소관세 사안으로 이것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미국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손병권 교수: 기후변화 의제의 복원, 심화, 확장 중 복원은 분명히 예상된다. 다자협력을 통해 지도력을 확보하고 참여자를 늘릴 것이다. 그런데 참여자를 늘려야 하는 복원 상황에서 탄소조정료를 통해 저항을 일으키는 행동을 섣불리 할 것 같지는 않다. 시장을 중시하는 미국의 특징 상 새로운 관세를 도입하는데 따르는 국내적인 반발도 클 것이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 때 중국과 많은 협상을 해서 타협점을 이끌어내고 유연한 방식으로 파리협정을 탄생시켰는데, 갑자기 중국이 맹렬히 반대하는 탄소조정료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이 현재 미국의 안보전략의 틀인데 구상의 중요한 축인 인도를 크게 자극할 수 있는 행동에는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6.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후·환경 분야에 있어 다자협력의 양상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 손병권 교수: 기후변화는 다자질서의 회복에 아주 적합한 이슈이다. 미국, 중국, EU가 각자의 이익을 고려하더라도 협력을 이룰 수 있는 사안이다. 기후변화 영역에서는 미국이 다자주의적인 접근을 통해 지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범식 교수: 기후변화 분야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EU의 지도력은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닌다. 중국은 어떤 부분에서는 미국과 협력하겠지만, 더 큰 차원에서 미-중 갈등과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거버넌스의 구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할 경우, 미국은 MEFE20(Environment 20) 식의 핵심국가 중심의 거버넌스를 창출하여 분위기를 유도해가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 같다.

 

- 김현우 위원: 기후변화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다자주의적 접근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리협정으로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나타날 것이고, 더 강력한 협력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이다.

 

- 최재철 대사: CBAM을 하나의 다자주의적 거버넌스로 볼 필요가 있겠다. EU가 이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모든 국가에 탄소가격제를 도입하기 위함이다. 일단 이것이 되어야 국가별 대칭성 비교가 이루어진다. 여기에 압력을 느끼는 기업은 먼저 내부적으로 탄소가격제를 도입할 것이며, 국가 차원에서도 탄소정보공개제를 시행하고 탄소포함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확립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파리기후체제가 스스로 작동할 수 있으며, 국제적인 연계가 가능해진다. 우리 정부도 이런 인식을 지니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7. 마지막으로, 한국의 기후·환경외교를 위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 김현우 위원: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변화정책의 신호가 국민과 기업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도 여러 어려움과 고민을 겪으면서 2030년과 2050년 목표를 잡고 정책을 추진할텐데, 그러한 고민을 국민과 기업에게 더 솔직히 전달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어려움을 전달하고, 양해도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가야 추진력이 생긴다. 국제사회에서의 어떤 상징적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무엇을 담아서 할 것인지 솔직히 드러내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 신범식 교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메가트렌드는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가 아무리 이를 되돌리려 했어도 트렌드 자체는 못 막았다. 결국 바이든 시대는 이 트렌드를 더 촉진할 것이고, 그만큼 한국의 대응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한국에서는 결국 기업과 소비자의 인식 및 행동 변화가 관건으로 생각된다.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여주는가 보다는 안에서 실질적으로 기후주류화를 할 수 있는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더 고민해야, 밖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가 만들어질 것이다.

 

- 손병권 교수: 현재 EU와 미국에서는 정책결정자들이 청정경제라는 큰 추세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청정경제 이행이라는 거대한 추세에 대한 인식 자체를 두고 정책결정자들 어떤 큰 합의나 진지한 논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권자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트렌드 자체에 대한 인정의 수준, 이 트렌드가 내 삶의 중요한 부부분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이 큰 추세에 대한 국민인식의 변화가 관건이고, 우리 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청정경제로 향하고 있어서 압박의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국가계획에 전제되는 것이 중요하다.

 

- 최재철 대사: 외교무대의 정보가 국내로 잘 전달되어 적절한 판단으로 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사회의 큰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방향으로 계획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그러한 국가적 손실을 막는 것이 외교의 역할 중 하나이다. 국가가 어떤 방향을 설정하든, 이를 대외적으로 표출할 때에는 국익과 국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익(interest)과 진실성(integrity)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으니 향후의 한-미 기후협력에 대해서도 덧붙이겠다. 2015년 파리협정 채택과 관련한 협상 및 협정 비준 과정에서는 한-미 양국 협상대표들 간 협의가 거의 상시적으로 이루어졌다. 서로의 필요성에 따른 협의과정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파리협정 발효와 트럼프 정부의 출범 후, 양자 차원의 직접적인 기후·환경 문제 논의는 거의 없었다. 물론 한-미 외교당국 간 고위급 경제협의회나 에너지 안보 대화에서 간접적으로 논의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간 기후문제 논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50년 넷제로 목표 설정에 따른 NDC 상의 2030 감축목표 상향조정, 이에 따른 탄소누출 방지와 탄소국경조정 도입 등이 한-미 양국의 기후대화 핵심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외교 대응조직이 어디에 설치될지 잘 살펴보고, 한국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 때처럼 바이든 정부도 기후·에너지 사안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담당할 경우, 우리도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미국의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 전문가 좌담회

 

 

 

 

 

1. 개괄

 

202011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져, 치열한 경합 끝에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결정되었다. 선거운동 당시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대단히 상이한 기후·환경정책 관련 공약을 내세웠기에,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에 따라 향후 미국이 나아갈 기후·환경정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KEI 글로벌환경협력센터에서는 대선 결과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116미국 대선 결과와 기후·환경정책 전망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최재철 국제박람회기구 의장(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좌담에 참여하였다. KEI 글로벌환경협력센터에서는 이현우 센터장(선임연구위원), 추장민 선임연구위원, 김성진 부연구위원이 좌담회의 기획 및 진행을 맡았다.

 

2. 일시 및 장소

일 시: 2020116() 오후 2~4

장 소: 광화문 교보빌딩 15층 블루하우스 미팅룸

 

3. 참석자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최재철 국제박람회기구(BIE) 의장,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좌장)

이현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성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